– 이필재의 人sight |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

김승호(52) 스노우폭스 회장은 세계 최대의 도시락 회사 대표다.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해외 외식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는 “협력과 공생,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기업이 이익을 내는 막강한 도구”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매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남들이 우리 비즈니스를 모방해야 우리가 더 노력하게 되죠. 그 결과 산업 규모가 커집니다. 고객으로서도 좋은 일이고요.”

▲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은 “절실한 생각을 머리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사람의 생각은 물리적 힘을 지녔습니다. 생각을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고 지배도 하죠. 절실한 생각을 머리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성공의 비결입니다.”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은 “그 절실한 생각을 글로 적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밥ㆍ스시 매장을 처음 열었을 때 미국 지도를 사다가 전국에 앞으로 낼 300개 지점을 일일이 표시했습니다. 당시엔 사람들이 저를 잘 믿지 않았지만 지금 지점 수가 1200개가 넘습니다. 이제 제가 3000개를 차리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믿어줍니다.”

김 회장은 한국과 미국에 스노우폭스라는 그랩&고(GRAB–N–GO) 개념의 레스토랑을 세계 최초로 열었다. 김밥과 스시를 파는데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모델이다. 유사 모델인 투고(to go)나 테이크아웃과의 차이점은 메뉴도 주문(단계)도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먹을 걸 선택해 계산한 후 들고 나가면 된다. 반면 맥도널드 같은 식당에서 투고 주문을 하면 주문, 계산, 대기, 착석, 거기서 먹거나 갖고 나가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노하우는 폐점 시간까지 재고량을 충분히 유지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투고나 테이크아웃 모델로 돌아가게 되죠. 고객도 결국 외면하게 되고요. 이 모델은 업주와 소비자는 물론 매장을 임대한 건물주가 모두 윈윈하는 공생형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 모델에서 건물주는 임대인을 착취하는 악당이 아닙니다. 흔히 식당은 테이블 회전율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실패하는데 이 모델은 회전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비즈니스예요.”

그는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해외 외식 기업인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락 회사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400대 부자 진입을 꿈꾼다고 공언한다.

✚ 포브스 400대 부자 진입이 그렇게 가치 있는 목표인가요?
“저는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습니다. 이들을 만나는 데 유용한 타이틀일 뿐입니다. 미국 사업가들과 일본 출장을 함께 간 일이 있어요. 일본을 떠나 LA 공항에 도착한 후 일행 중 한 사람이 같은 방향이면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 자가용 비행기를 대기시켰더라고요. 당시 8명의 동행자 중 두 사람이 포브스 400대 부자였습니다. 400대 부자에 끼면 부자로서 검증이 됐다고 할 수 있죠.”

✚ 돈을 버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돈 철학’도 소개해 주시죠.
“스스로 생존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법니다. 미국에서 동양인 이민자는 한국 구로동의 파키스탄 노동자 같은 신세입니다. 가족이라고 했지만 친척, 직원, 친구 등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기 조카가 학비가 없어 진학을 못하는데 애먼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구성원의 급여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면 회사가 지역사회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사업을 벌일 땐 이 사업으로 번 돈이 과연 내 인생에 자유를 줄 수 있을지 따져 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사용하기보다 그렇게 번 돈을 쓸 때 과연 내 인생이 자유로워질는지 자문해 봐요. 돈에 관한 본질적 질문이라고 할 수 있죠. 시간 곧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제가 돈을 버는 두번째 목적이에요. 돈은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죠. 그런데 사업 규모가 커지면 돈을 버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제가 거느린 사업체가 여럿인데 그래서 회사 경영을 7명의 사장에게 위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가지만 결정해요. 증자 여부, 임원 인사, 신규 사업 진출. 저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제가 너무 많이 관여해야 하는 사업은 아예 벌이지 않죠. 위임을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회사가 성장해도 자기 인생을 살 수가 없어요. 회사를 경영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면 ‘일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해야 합니다.”

그는 평생 다 쓸 수 없을 만큼 큰돈을 벌었다. 지금도 시간당 약 1000만원씩 벌어들인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인터뷰가 있던 날 점심을 맥도널드에서 4700원짜리 버거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절제하거나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생활 습관일 뿐입니다. 언젠가부터 멋을 내거나 허세를 부리는 일에 관심이 없어졌어요. 천성이 좀 그래요. 고위 공직자 출신에서 레카차 끄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사귀는 데도 경계가 없죠.”

지난해 10월 그는 한국 내 매장에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붙였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만일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고객의 갑질이 무성한 우리 사회에서 이 안내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일로 그는 70여 회의 언론 인터뷰에 응해야 했다. 이 사례를 다룬 기사에 몇몇 사람들이 “우리도 지켜 주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 댓글들을 읽고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불량 고객과 무례한 고객을 좋은 고객으로부터 분리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직원을 상대로 한 고객의 부당한 갑질을 회피하거나 방치해선 안 됩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본사 직원이 제 몫을 하려면 2년은 걸리고 비용이 5만 달러 듭니다. 이렇게 키운 직원이 그만두면 막대한 손실이죠. 존중받는 직원이 더 친절하고 자기 사업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그는 모교인 중앙대 외식산업경영아카데미에서 외식사업을 하는 사장들을 가르친다. 중대가 모교지만 졸업장은 없다. 영문과 3학년을 마치고 도미했기 때문이다. 그는 CEO 제자들에게 “선의를 잃지 말고 직원, 고객,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 환경을 만들라”고 가르친다. “그게 이 거친 외식업계에서 가장 멀리 가고 가장 높이 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경쟁자를 제거하면 다음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게 마련이죠.”

✚ 나름의 경영론이 뭔가요?
“협력과 공생,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기업이 이익을 내는 막강한 도구입니다. 우리 매장에서는 사진을 마음대로 찍게 합니다. 남들이 우리 비즈니스를 모방하면 우리가 더 노력하게 되고 산업 자체도 커져요. 고객으로서도 좋은 일이죠. 협력과 공생의 구조를 만들어 내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톰 피터스는 ‘훌륭한 경쟁자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훌륭한 경쟁자는 사업에 긴박감을 불어넣어 업계에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결국 시장을 함께 키우게 되죠. 고객 가치가 아니라 경쟁자의 전략에 집중하면 사업의 본질을 망각하게 됩니다.”

✚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견ㆍ중소 기업이 염두에 둬야 할 게 뭐라고 보나요?
“외식업체를 예로 들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고객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일본 사람은 자기들 국수를 소멘이라는 이름으로 파는데 한국인은 쫄면은 오리엔탈 스타일 누드, 빈대떡은 코리안 스타일 피자라고 표기합니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으면 제품화에 실패합니다. 대체로 역사와 지리에 어두운 것도 아쉬워요. 이 둘은 특정 사건의 수직적ㆍ수평적 좌표를 알려주죠. 일례로 임진왜란 발발(1592년)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1492년)한 지 100년 뒤 일이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에 가지 않는다는 한국인들이 있는데 한국의 일부 지역은 일본의 어떤 지역보다 후쿠시마에서 더 가까워요. 방사능 물질의 이동은 국경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매너와 품위를 갖춰야 합니다.”

10여 년 전 그는 「좋은 아빠」란 책을 냈다. 인터넷에 ‘아들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책으로 엮었다.

✚ ‘아들에게 주는 교훈’을 압축하면 어떻게 되나요?
“‘약속 시간에 단 1분도 늦지 마라. 약속을 변경하지도 마라. 특히 약속날 당일에는 절대 변경하지 마라. 이런 자세를 평생 유지하라.’ 평생 시간 약속을 잘 지키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모든 약속을 다 잘 지킵니다. 약속의 기본이죠.”

 

▲ 김 회장은 “꿈을 하루 100번씩 쓰면 이뤄진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가장 뼈저린 좌절 경험이 뭔가요?
“이불가게, 지역 신문사, 증권ㆍ선물회사, 한국식품점, 컴퓨터조립사업, 건강식품점 등 미국에서 벌이는 사업마다 망했어요. 일곱번째 사업에 실패하고서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죠. ‘내가 나가서 웨이트리스 할 테니 다시 도전해 봐요.’ 가족의 지지가 없었다면 쓰러졌을 겁니다. 다양한 사업에서의 실패는 현재의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교훈이 됐습니다.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죠.”

그는 해마다 명함 뒷면에 0.3㎜ 볼펜으로 갖고 싶은 것들을 적는다. 이 워너해브(Wanna-Have) 아이템을 1년 내내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본다. 한때는 사고 싶은 건물, 갖고 싶은 자동차 모델도 들어갔고 그가 유치한 것이라고 표현한 물건도 포함됐다. 그러고 나면 약 70%를 손에 넣게 되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럼 남은 것들을 위쪽에 옮겨 적고 여백을 다시 채운다. 지금은 다섯가지 목표만 적어 넣는다고 했다.

“포브스 400대 부자 진입, 100명의 주변 사람 백만장자 만들기, 회사 매출액 목표 등이죠. 백만장자 만들어 주기는 저로서는 일종의 영악한 목표입니다. 이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면 저는 억만장자가 돼야 하거든요. 이타적인 행동이야말로 이기적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죠.”

그는 목표나 꿈, 원하는 것을 종이에 하루 100번씩 100일간 손글씨로 쓰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하다가 중단하면 그렇게 절박하지 않은 거죠. 저는 이 방법으로 일곱번 꿈을 이뤘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만난 아내와의 결혼이 그중 하나죠. 아내는 당시 고1이었는데 사귀기도 전에 매일 100번 쓰기를 시작했어요. 결혼은커녕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편지도 썼어요. 100번 쓴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죠. 그러나 실현될 확률은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은 간절히 원했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 그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년이 올라가면 ‘쟤가 작년에 우리 반이었나’ 하는 소리를 듣는 소심한 아이였다. 성적도 중하 정도였다. 고1 때의 일이다. 버스에서 삼중당문고에서 나온 문고판 책을 한권 주웠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보고 그해 부임한 담임 교사가 물었다. “무슨 책이가? 니 책 좋아하나?” 부리나케 표지를 보고 이광수의 「사랑」이라고 답했다.

교무실로 그를 부른 선생님은 그날 121권의 책 제목이 적힌 목록을 건네셨다. 정진호 선생님. 난생처음 관심을 받은 그는 2년에 걸쳐 그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지금도 용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책값입니다. 일주일에 한 권꼴로 읽는데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부하듯이 읽죠.”

✚ 먼 훗날 묘비명을 어떻게 쓰고 싶나요?
“잘 먹고 갑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