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수치화시켜야 한다”, “성공의 지름길은 공생이다” 얼핏 보면, 대척점에 위치한 단어들만 쭉 늘어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진실은 늘 그렇게 뒤섞여있다. 글 김준성 기자
사람의 크기는 생각의 크기와 비례한다
“만일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지난 2015년, 안내문 하나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람이 있다.
전 세계 11개국 13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락 업체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 그는 현재, 국내 외식업계에서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교인 중앙대학교의 글로벌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외식업 CEO들을 가르치며 단순한 ‘밥집 장사꾼’이 아닌, 더 넓은 시야의 경영자 마인드를 지닐 수 있도록 다양한 영감, 아이디어를 건네는 동시에 동기부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불가게와 건강식품전문점, 컴퓨터조립사업 등등 7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된 이력,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이끄는 특유의 인사이트. ‘김승호’라는 세 글자엔 그런 종류의 것들이 옹기종기 담겨있다.
“사람의 크기는 생각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좀 더 큰 범위의 경영을 하려면 산업을 이해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죠. 나뭇잎을 딸 것이 아니라 가지를 움켜쥐는 것, 즉 산업분야 전체를 통찰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단순히 밥장사가 아니라 외식산업으로 바라보면 경영의 방법도 달라지게 되죠.”
생각에 의해 시선이 바뀌고 방법과 결과물이 달라진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은 이만큼이나 세다.
협력과 공생,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빠른 길
<스노우폭스>는 국내 최초로 그랩앤고(Grab & Go) 형태를 적용한 매장이다.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어디쯤. 메뉴판이 없으니 주문도 대기시간도 없다. 회전율이라는 개념 역시 사라진다. 주방에서 방금 만들어낸 도시락을 골라 계산한 후 그냥 가져가면 된다. 테이크아웃이나 패스트푸드 전문점들처럼 메뉴주문과 대기시간 절차가 없는 것은 물론, 당일 사용되는 분량의 식재료만 딱 맞춰 들여오기 때문에 언제든지 신선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엔 6개 직영점을 두고 있는 <스노우폭스>는 이처럼 독특한 운영방식을 통해 각 매장당 1억원 내외의 월평균 매출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스노우폭스>는 운영자와 소비자, 건물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생형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저는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입니다. 직원과 고객, 파트너, 심지어 경쟁사 모두에게 도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시작하지도 않죠. 애써 경쟁자를 이긴다고 해서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이타적인 행동, 즉 협력과 공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노우폭스>가 전 세계 곳곳에 1300여개 매장을 오픈하며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런 요인들 때문만은 아니다. 형체가 없는 ‘생각’을 손에 잡히는 것으로 이미지화시키고 행동으로 구체화시켜나가는 과정이 그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다놓은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날, 미국 지도를 펼쳐놓고 300개의 점을 찍었어요. 그만큼의 많은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다짐한 거죠. 이후 모든 생각과 고민은 300개 매장을 오픈하는데 집중됐어요. 그리고 4~5년이 흘러 실제로 300개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목표나 꿈을 하루에 백번씩 종이에 빼곡하게 써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100일 간 손 글씨로 쓰면 꿈이 이뤄질 거라고. 만약 하다가 중단하게 되면, 그건 그만큼 절박하지 않은 거라고 말이죠.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와 같은 뭉뚱그린 목표 말고, 구체적으로 수치화한 꿈이 있어야 합니다. 목표를 향한 절실함을 꾸준히 이미지화, 수치화시켜서 늘 되새기게끔 만드는 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너무 멀리 있는 목표를 바라보고 걸으면 쉬이 피로해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놓은 후 바로 앞 사람의 발뒤꿈치만을 바라보고 걷다보면 미처 깨닫지 못한 어느 순간, 목표로 한 지점에 가까이 다다르게 된다. 이처럼 꿈은 너무 멀리 있어 때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소소한 현실이 쌓이고 쌓여 꿈을 가능케 만든다. 김승호 회장, 그는 지금도 매순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함께 꾸는 꿈.[ 제 공 : 월간외식경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