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란 일관성과 균일성을 기반으로 모든 가맹점에 동일한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렇기에 법률로 보호받아야만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필자는 최근 한국에서 `그래브앤드고(grab&go)` 형태 도시락 직영매장 6개를 개장했다. 이후 1년 사이에 200건에 이르는 가맹점 문의가 잇따랐지만 아직까지 가맹 문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 정서와 법률로는 우리 사업의 일관성과 균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11개국에서 1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달 수십 개의 매장이 새로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과 달리 이 많은 나라에서는 수많은 가맹 사업자를 상대로 매장의 일관성과 균일성을 유지하는 것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최근까지 바르다김선생, 미스터피자처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는 건 아직도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잘 보여준다. 일부 가맹점주들의 요구는 이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부족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내부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순간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맹점주들이 사업의 일관성과 균일성을 거부하기 시작하는 순간 해당 브랜드는 이를 유지할 이유도, 힘도 잃게 된다. 또 다른 가맹점주들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와의 문제가 아니라면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양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건 부모가 자식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식을 살리려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야 한다. 여기에서 자식이란 바로 매장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1863년 한 재봉틀 회사를 시작으로 GM, 포드자동차, 코카콜라와 같은 굵직한 회사들이 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해 성장했다. 이후 1950년대에는 흔히 알려진 KFC 맥도널드 등이 이 사업 방식을 통해 급격히 성장해나갔다. 그러나 미국도 1970년대 급격한 발전에 편승한 불량 프랜차이즈가 범람하면서 100개가 넘는 회사가 부도를 맞게 됐고 그런 사회적 이미지 탓에 당시 프랜차이즈 기업은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 당하기도 했다. 다단계 사업자가 받는 대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서 14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사업군으로 성장했다. 한국 프랜차이즈 역사를 1979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리아 매장부터라고 본다면 1949년 맥도널드 형제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매장을 연 지 불과 30년밖에 지나지 않아 한국에도 상륙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처럼 이른 시간 내에 도입된 건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에 행운이자 불행이다. 행운은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 생태계가 비교적 일찍 시작돼 다국적 기업의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방어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남미나 일부 동양권처럼 다국적 브랜드에 점령당하는 일이 그나마 적었다. 불행인 것은 급격히 늘어난 프랜차이즈들이 점주와의 공생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해 이 산업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이런 상처가 흔적으로 남아 이번엔 점주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산업 특이성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기형적 법률구조와 문화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가맹본부를 옥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랜차이즈는 매우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성장을 이뤄갔다. 한국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미국에 비하면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의 로열티를 가맹점주에게 받으며 사업을 영위한다. 일부 점주들은 남의 아이디어에 매달 계속 돈을 지불한다는 걸 정서적으로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가맹본부는 납품을 통해 주된 수익을 유지하려 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거부하며 본부를 의심하게 된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말하고 싶다. 매장, 바로 자식은 죽이지 말기를 바란다. 필자는 기업가로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들이 시장에 존재하고 성장해나가길 간절히 원한다. 현재 한국의 젊은 청년 사업가들에게는 프랜차이즈 산업이야말로 재벌가 자식이 아니어도, 돈이나 인맥이 없어도, 건강한 사회의식과 창의성만 있으면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기고] 한국서 프랜차이즈 사업 망설이는 이유 매일경제
[기고] 한국서 프랜차이즈 사업 망설이는 이유- 머니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