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2

주말 아침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다. 매주 토요일 오전 6시40분부터 2시간 동안 열리는 독서모임 ‘양재 나비’. 동네서점이 줄고 우리 국민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곳은 예외적 별천지였다. 지난 3월 12일 오전에도 어김없이 100여 명이 서울 서초동 소재 독서토론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은 이따금씩 기획되는 저자 초청 특강날. 『학력파괴자들』(프롬북스)의 저자 정선주씨가 초대됐다. 요즘 한창 관심 높은 인공지능과도 관련된 주제라 흥미를 더했다. 19일엔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읽는 자유독서로 진행됐고, 26일엔 『정선 목민심서』(정약용 지음, 창비)를 놓고 독서 토론을 벌였다.

2009년 6월 두 사람이 시작한 책읽기 모임이 조용히 ‘독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모임을 7년째 이끌고 있는 이는 3P자기경영연구소 강규형 대표와 박상배 본부장이다. 하나 둘 인원이 늘어나 지금은 아예 회사의 한 파트로 자리잡았다. 2009년 당시 안경사로 일하던 박 본부장이 이랜드 브랜드 CEO 출신인 강 대표의 책 『성공을 바인딩하라』(지식의 날개)를 읽고 무작정 강 대표를 찾아왔고, 6개월간 ‘독서 대화’를 나눈 후 모임을 제안하면서 양재 나비가 시작됐다.

‘나비’란 ‘나로부터 비롯되는’의 줄임말이면서, 변화의 상징(알-애벌레-번데기-나비)이자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매주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사람들이 100여 명 모이고, 특강 때는 150명이 넘기도 한다. 양재 나비에 참여했던 회원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새로운 나비를 만들기도 한다. 양재 나비 토론장에서 만난 동화작가 박진희씨는 자신이 사는 울산 지역에서 ‘울산 나비’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후속 모임이 전국에 200여 곳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마포 나비’에서는 12일 오전 같은 시각에 『쏘셜력 날개를 달다』(하민회 지음, 책드림)를 놓고 토론 했다. 19일엔 자유독서, 26일엔 『배우를 배우다』(이답)의 저자 김재엽 스타게이트 대표 초청 특강이 진행됐다.

이들이 읽는 책은 어려운 고전이 아니다. 실용적 자기계발서가 많다. 읽는 훈련이 안 된 이들에게 처음부터 고전을 읽는 것은 버겁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고전도 종종 선택하지만 우선은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자기의 고민과 필요를 잘 채워주고,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책을 놓고 8명의 선정위원들이 고른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전국적으로 10만 개의 나비가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국 나비 회원들이 매년 2박3일간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MT도 연다. 지난해 5월 강원도 하이원 리조트에서 열린 제5회 독서MT엔 550명이 참여했다. 독서MT의 이름은 ‘단무지’. 단순·무식·지속의 앞글자를 땄다. 2박3일간 약 20시간 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는데 일종의 ‘독서 힐링’을 체험하는 자리다. 박 본부장은 “장소가 더 컸다면 더 많은 이들이 참석했을 것이다. 올해는 8월 예정인데, 1000명 정도가 함께 할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출판기획 20년 경력의 엔터스코리아 제임스양 대표는 “양재 나비에 참여한 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독서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느낀다”며 “국내 출판이나 독서 관련 큰 단체들이 많은데 그들이 못하는 일을 민간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회 참가비는 5000원이다. 모임 때 나눠주는 유인물과 간식비 등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