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큼 내 직원도 소중하다는 경영주 마인드 확립 절실” – 월간식당

최근 스노우폭스 교대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매장 문을 닫기 직전 남은 도시락을 두 개씩 묶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는데 한 중년 여성이 ‘주는 김에 하나 더 달라’며 생떼를 부렸다. 직원이 끝까지 안 된다고 하니 고객은 ‘손님을 우습게 본다, 가게 문 닫게 하겠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이 일을 계기로 김승호 대표는 국내 4개의 매장에 전부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부착했다.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입니다. 마음 깊이 감사를 담아 서비스하겠지만 무례한 고객에게까지 그렇게 응대하도록 교육하지는 않겠습니다…(중략) 직원에게 인격적 모욕을 느낄 언어나 다른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 시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경고장’에 가까운 이 안내문은 당시 각종 SNS와 온라인, 매체를 통해 확산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손님은 무조건 왕이라는 기존 서비스 문화에서 서비스업계 직원들 또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점을 시사하며 시원한 한 방을 날린 것이다. ‘직원을 종 부리듯이 하는 몰상식한 고객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속 시원하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만 갑질하나? 직원도 만만찮게 불친절한 경우도 많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김승호 대표는 “이번 일은 어젠다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고객과 직원 간의 대치 구도를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량고객을 차단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라는 것이다. “매장 서비스나 물품에 하자가 있어 컴플레인을 건 불만고객에겐 진심으로 사죄하고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맞지만 밑도 끝도 없이 불평하고 직원에게 상처를 주며 말 그대로 갑(甲)질을 행사하는 경우엔 과감하게 걸러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요인에 대해 그는 “무조건 고객에게 충성하고 그들의 불만사항은 반드시 해결해줘야 한다는 식의 편중된 CS(Customer Satisfaction)교육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나 백화점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교육 중 ‘무례한 고객의 요구사항은 정중하게 거절하라’는 내용은 잘 찾을 수 없다. 기껏해야 ‘적절히 대응하는 법’ 정도다. 애초에 상호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은 것이다. ‘불만고객’과 ‘불량고객’을 구분하지 않고 고객에겐 무조건 충성하라 하면서 자기 직원은 방치한 기업이 1차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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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대표는 스무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갔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어쩌면 그곳의 사회문화에 더욱 익숙한지도 모른다. 그는 “미국엔 갑질 문제가 없다. 불량고객을 거부하고 내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운 데다, 말썽이 생길 시 바로 경찰을 부른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일들이 왜 한국에선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와 재화는 동등하게 거래되는 것이지 어느 한쪽만 희생하고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승호대표는 ‘팔아줄게’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팔아줄게’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은연중에 서비스보다 재화의 가치가 더 높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비용을 냈으면 그게 맞는 서비스를 누리면 된다. 불필요한 주인의식을 갖고 갑질을 하려는 자세는 냉정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현재 외식업에 몸담은 직원들 중에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까지 젊은층이 너무나 많다. 외식업에 있다는 이유로 이유 없이 무시당하고 모욕감을 느낀다면 그 친구들의 미래는 얼마나 슬플까. 불량고객을 차단하고자 하는 김승호 대표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요리사는 긍지를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보호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 혹시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덧붙이는데 공정서비스 안내문에 ‘무례한 고객을 내보내겠다’는 글 이전에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하게 행동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다’고도 분명히 표기했다. 어느 한편에 치우쳐 누구 손을 잡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